남사친 여사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남사친 여사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연인 관계에서 이성 친구의 존재는 오랫동안 뜨거운 논쟁거리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끝없는 논쟁의 결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합니다. 이 복잡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이 주제는 개인이 스스로 정립해야 할 가치관에 가까운데요. 연인과 함께 토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참고하는게 좋을 듯 싶네요.

따라서 이 글을 읽고 난 후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거나, 같은 성별의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가볍게 이야기 나누는 것은 좋지만, 현재 사귀고 있는 연인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야’ 라는 기대를 안고 대화를 시작했다가, 종종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수도 있기 때문이죠.

일단 먼저 다음과 같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아는 K라는 후배가 있습니다. 그는 체구는 크지 않지만 마음은 넓고 깊은 사람이에요. 대부분의 일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연애 역시 무난하고 순탄하게 이어갔죠. 여자친구의 마음을 늘 헤아리려 노력했고, 흔히 볼 수 있는 남자들의 허세나 고집도 없었습니다. 종교인은 아니었지만 마치 살아있는 보살이나 예수님 같다고 할 정도로 온화하고 순한 성격이었죠.

하지만 그런 K도 한 가지 용납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자친구의 남자 사람 친구들, 일명 ‘남사친’들이었어요. K의 여자친구는 특히 남사친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그녀는 K에게 항상 강조했습니다.

“나는 남사친이 많은 여자일 뿐, 그들을 이성으로 보는 게 절대 아니야.”
“네게는 이성이 아닐지 몰라도 그들에게 네가 이성으로 보일 수 있잖아?”

이렇게 두 사람의 다툼이 시작되곤 했다고 합니다.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죠. 언젠가 술자리에서 K가 털어놓은 말이 생각납니다.

“제가 예민한 걸 수도 있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로, 알게 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남자에게 어떻게 그렇게 깊은 신뢰를 줄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친구’란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겨우 두 달 만에 어떻게 가족 같은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에요.”

K는 술기운에 취해 중얼거리며 말을 이어갔는데, 그의 두 번째 불만 사항은 이러했습니다.

“여자친구가 그 남사친과 저만큼이나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함께 식사하며 웃고 떠드는 게 싫어요. 네, 질투 맞아요. 여자친구도 늘 제 질투를 나무라곤 해요. 친구와 나누는 대화와 연인과 나누는 대화의 성격이 다르다고요. 왜 친구와 나누는 대화까지 신경 쓰냐고 말이죠.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예민했던 건 아니에요. 제게는 바쁘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친구와 즐겁게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보고 나서 저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게 됐죠. 사랑이란 건 스킨십이 전부가 아니라 소통이라고 여자친구가 늘 말하거든요. 그런데 스킨십을 절대 안 하니까 친구래요. 그렇게 소통을 매일같이 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걸 굳이 이해해야 하는 건가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왜 믿지 못하는 거야? 남자든 여자든 내가 친구를 사귀는 것까지 네 영향을 받아야 해?’라는 그녀의 주장과, ‘백 번 양보해서 남사친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그들을 싫어하면 그냥 연락을 줄이면 안 돼? 그렇게 걔들과 연락하는 게 그렇게 즐거워?’라는 K의 주장은 둘 다 일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논쟁은 우선순위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나를 선택하느냐, 너를 선택하느냐. 연애는 늘 그런 선택의 연속이니까요.

타인과 아는 사람의 경계, 아는 사람과 친구의 경계는 참 모호합니다. 한 사람이 세워놓은 기준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쏙 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인생에 이성 친구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그렇다면 그들과의 연락은 어느 정도로 해야 연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연인의 질투를 지나치게 나무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다면, 그의 과도한 피해망상을 탓하기보다는 우선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K의 연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사친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K에게 불안감 또는 서운함을 주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K와 비슷한 서운함을 느껴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이성 친구의 존재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할 때 스스로가 얼마나 소심해 보이는지 말이죠. 하지만 그 소심함보다 평소에 느끼는 마음의 아픔이 더 크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언제 어디서 감정의 불씨가 튈지 모르니까요. 그렇게 감정이 고조되면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믿지만, 연인의 이성 친구들까지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이성 친구든 무엇이든,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취향이나 친구들까지 무조건 받아들여 달라는 것도 욕심이고, 그 모든 것에 나를 우선시해 달라는 것도 비슷한 욕심입니다. 특히 이성 친구의 존재에 대한 문제는 연인 사이에 있어 정치나 종교보다 더 중요한 가치관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치열한 논쟁이 오가더라도 결국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결정에 맞춰주는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싸우다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쌓아온 사랑이 너무 허무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문제의 책임을, 문제의 원인인 바로 그 남사친과 여사친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그들이 한 연인의 행복한 연애를 위해 지켜야 할 수칙을 제안해 봅니다.

첫째, 아무리 친구라 해도 연인이 있는 사람의 일상에 대해 지나치게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애매한 수위로 안부를 물어오는 것도 삼가는 것이 좋겠죠.

둘째, 진정한 친구라면 굳이 일상을 공유하지 않아도 친구일 것이며, 억지로 쌓지 않아도 쌓이는 것이 우정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 친구의 일상이 너무 궁금하다면, 그것이 정말로 순수한 우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본심을 숨긴 채 장기적인 관계 유지를 명목으로 연락을 취하다 보면, 언젠가는 같은 방식으로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성 친구 문제는 연인 관계에서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주제입니다. 완벽한 해답은 없겠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과 함께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인 간의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각자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여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성 친구들도 연인 관계를 존중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건강한 관계는 모든 관계 참여자들의 상호 존중과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조언을 드리자면, 먼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연인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측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애는 두 사람의 관계입니다.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성 친구 문제로 고민이 있다면, 그것이 정말 관계의 본질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불안이나 불신의 표현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연애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