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취향이 없는 너무나 수동적인 연애
연애란 참 신비로운 경험입니다. 혼자일 때는 그렇게 즐겁고 만족스러웠는데, 어느새 그 사람과의 일상이 당연해지고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느껴지죠. 수많은 이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관계는 영원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마치 이성적인 판단력에 마취제를 맞은 것처럼 모든 게 흐릿해지고 둔해집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소한 걱정과 의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왜 전화 목소리가 평소보다 차갑지?’, ‘만났을 때 왜 바로 손을 잡아주지 않았지?’ 등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이런 고민들은 특히 여성들에게서 더 자주 발견되는 듯합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글을 봤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연애 고민을 더 많이 하는 이유가 사회적 고정관념 때문이라는 내용이었죠. 남성은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여성은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저 역시 깊이 공감했습니다.
어릴 적 제 주변 여자아이들은 종종 ‘못생긴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소중함을 더 잘 알아주고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을 더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싶어 했습니다. 이는 ‘여자는 자신을 더 사랑해주는 남자를, 남자는 자신이 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야 행복하다’는 오래된 속설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여성이 먼저 고백하거나 대시하는 것은 여전히 드문 일로 여겨집니다. 반면 ‘남자는 관심 없는 여자에게 시간과 돈을 쓰지 않는다’는 말은 널리 퍼져 있죠. 하지만 이는 남성만의 특징이 아닙니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 건 성별과 무관한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미디어에서도 이런 고정관념이 자주 등장합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이 화난 이유를 말하지 않거나, 사소한 이유로 화내는 모습을 희화화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이는 실제 커플 관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이것이 여성에게 수동적인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주는 행위는 능동적이고, 받는 행위는 수동적입니다. 사랑을 얼마나 줄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만, 받는 것은 통제할 수 없죠. 여성이 ‘사랑받는 사람’으로 인식되다 보니, 상대방의 행동을 분석하고 변심을 걱정하는 모습이 더 자주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여성들은 친구 관계에서는 자연스럽게 먼저 연락하고 감정을 표현하지만, 연인 관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연락을 기다리고, 화났다는 걸 눈치채주길 바라고, 떠나라고 해도 떠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는 수동적인 태도가 주입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랑받는 입장’이 아닌 ‘사랑을 주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죠. 스스로 얼마나 사랑을 줄지 결정하고, 모든 행동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겁니다. 서운한 점이 있다면 빠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사소한 것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끝없이 고민했지만, 이런 태도로 바꾸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백래시’로 보일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속앓이하는 것보다는 훨씬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애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입니다. 한 쪽만 주고, 한 쪽만 받는 게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여성들도 능동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원하는 것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연애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태도입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사회적 통념을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노력한다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연애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연애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갈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연애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모든 순간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을 순 없습니다. 때로는 지루할 수도 있고, 서로 다툴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연애의 현실이고, 그 현실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거나, 상대방의 사랑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연애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면서도 각자의 개성과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연애는 복잡하고 때로는 힘들 수 있지만, 그만큼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경험입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연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